종묘 정전에서 5년 만에 울려 퍼진 전통의 숨결 – 고유제를 통해 보는 우리의 문화유산

출처 : 연합뉴스

 

서울 한복판, 도심 속에 고요하게 자리한 종묘. 그 안에서도 가장 중심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정전’은 오랜 시간 동안 조선 왕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5년 4월 20일, 이곳에서 매우 뜻깊은 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바로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정전에서의 고유제입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제례 의식이 아니라, 우리 전통의 상징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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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은 왜 5년간 닫혀 있었을까?

종묘 정전은 조선 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신성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수백 년을 견뎌낸 만큼, 구조적으로 노후화된 부분이 발견되었고,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전면적인 보수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기와 교체, 기둥과 대들보의 안정화, 주변 배수 시설 보강 등 정밀한 복원 공사가 이뤄졌습니다.

보수는 단순히 낡은 부분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문화재 본연의 가치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안전 기준을 반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공사는 문화재청의 철저한 관리 아래 진행되었으며, 정전 본래의 위엄을 되살리기 위한 지난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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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제란 무엇일까?

고유제는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조상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허락을 구하는 전통 의식입니다. 이번 고유제는 정전의 오랜 보수 작업이 끝났음을 고(故) 조선의 왕과 왕비에게 고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통 제복을 입은 제관들이 제례를 집전하고, 예악에 따라 헌작과 고축(告祝, 내용을 낭독하는 절차)을 엄숙하게 진행했습니다. 음악 역시 전통 의례악으로 구성되어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경건하게 만들었죠. 특히 정제된 동작과 절차를 통해 조선의 예(禮)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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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문화유산

이번 고유제는 단지 전문가들만을 위한 의식이 아니라, 일반 시민과 외국인 관람객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 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장 관람은 물론이고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누구나 실시간으로 제례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이는 과거의 유산이 오늘날에도 충분히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참석자들 중에는 제례를 처음 접한 청소년들과 외국인들도 많았고, “이런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단순히 문화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체험하고 이해하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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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지키는 것에서 이어가는 것으로

이번 정전 고유제는 문화재 보존의 의미를 넘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유제를 통해 우리는 단지 조상의 위업을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사는 우리가 그 전통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어가야 할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종묘 정전의 재개방은 문화재가 단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숨 쉬고 있는 ‘살아 있는 유산’이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고유제처럼 형식과 내용이 깊은 전통 의식이 현대 사회에서 다시금 조명받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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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조용하지만 강렬했던 4월의 그날, 종묘 정전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고유제를 통해 우리는 잊고 있던 뿌리와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종묘 같은 전통문화유산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상 속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의 문화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